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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학교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대학내일을 즐겨 읽었다. 그 중에서 특히 칼럼, 고민상담 글이 재밌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정문정 님의 글이었다. 본인은 글을 잘못쓰기 때문에 꾸준히 잘 쓰려고 노력한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녀의 글을 쉽게 술술 읽히는게 큰 장점이다. 그리고 래퍼의 펀치라인처럼 훅 하며 들어오는 유머 포인트가 일품이다. (지금은 대학내일에서 디지털 미디어 편집장이시라고.. 동영상 콘텐츠 쪽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글도 꾸준하게 부탁해요) 


나름 그녀의 오랜 팬으로서 이번 신작은 더욱 반가웠는데,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오른터라 기분이 좋다. 나만 알고 싶은 글들을 들켜버린 느낌... 까지는 아닐지라도 흥해서 더 많은 사람이 재밌는 글, 좋은 글 읽으면 좋은 것이지요. 적당히 무심하듯, 시크한 일러스트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는 제목에서 큰 시너지를 냈으리라 싶다.




목차에서 보듯 이 책은 인생 선배이자 여성으로 겪은 일들을 에세이로 풀고 있다. 나는 특히 <PART 2. 좋게좋게 넘어가지 않아야 좋은 세상이 온다>에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됐는데,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무시 혹은 방치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고. 불쾌한 일이나 잘못된 일은 분명하게 말해야만 상대도 그 점을 인지하고 조심하게 될 것이라는 거다. 그러면서 어제 술자리에서 거칠게 친구를 대하던 나를 반성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 몇가지 기록을 남겨본다.


비싼 가방을 사도 

행복은 딸려오지 않는다



그렇게 구입한 명품 가방은 역시나 고급스러웠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사기 전에는 그것만 사면 인생이 바뀔 것 같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달, 두 달, 석 달이 지나면서 그간 내가 했던 비이상적인 행동이 점차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는 명품 가방을 산 게 아니라 '서울의 멋진 직장 여성의 세계'에 진입하는 입장권을 산 거였다. 하지만 그건 실체가 없는 이미지였을 뿐이므로 가방을 아무리 사더라도 행복은 딸려오지 않았다.


당시 나는 외로움, 애정 결핍, 낮은 자존감을 소비라는 가장 쉬운 방법을 통해 채우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거라도 갖추지 않으면 정말로 나는 작아지고 작아져 서울이라는 이 도시에서 사라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방으로라도 인정받고 싶었던 자그마한 마음을 돌보는 일이 우선이겠다고, 소가죽으로 된 무거운 가방을 들 때마다 난 생각했다.


불행하면 남에게 

관심이 많아진다

 


내 인생은 롱테이크로 촬영한 무편집본이다. 지루하고 구질구질하게 느껴진다. 반면 다른 사람의 인생은 편집되고 보정된 예고편이다. 그래서 멋져 보이는 것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세상에서 나 혼자만 힘든 것 같이 느껴진다. 결국 피해의식과 자기연민에 가득 차 사람들에게 상처주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그처럼 불행한 사람들은 갑질을 하고서도 갑질인지 모른다. 인정해주는 곳이 없으니 "내가 누군지 알아!" 하고 소리친다. 인간관계에서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고 인과관계를 처리하는 회로가 무너진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자기를 알아달라고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 스스로 충만하면 남의 인정을 갈구할 필요가 없으니까 


너는 그 사람을 고칠 수 없어



자화자찬 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



그런 척을 하다 보면

정말 그렇게 된다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은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감사의 말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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